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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방송작가 2021년3월호 개제[나를 살린 코델리아]

  • 에이스간호학원
  • 2021-02-18 15:14:00
  • 222.108.201.36

                                                                     나를 살린 코델리아.     

                                                                                                                                                  김 차애

 

얼마 전 90이 되신 어머니가 내게 사과를 했다.

내 기억으로는 평생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 보신 적이 없는 어머니인데, 아버지 살아생전에도 아버지께 미안하다고 하시는 것을 본적이 없었던 어머니기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셨다. 너를 너무 독하게 키웠다고, 세파가 너무 힘들어 네게 화풀이했던 것 인정한다고. 미.안.하.다.고.

어머니께 그 소리를 듣고 처음 내게 든 생각은 ‘아, 엄마가 이제 진짜 나이가 드셨구나 ’하는 안타까움과 어릴 적 나를 살린 리어왕의 셋째딸 코델리아였다.

장녀로 태어나 맏며느리로 살아온 어머니의 일생은 평생 형제들에게 살점이 뜯기는 삶이었고, 그 와중에 용접공의 아내로 자식 셋을 대학까지 보내느라 더욱더 신산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이었다. 그리고 그 세월을 살아내느라 생긴 스트레스를 순종적인 언니를 건너뛰고 온통 내게로 쏟아내셨다고 나는 기억한다. 하나뿐인 아들인 남동생은 언제나 열외였고.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도 될 만큼의 신체폭력과 언어폭력을 어머니에게서 당하며 나는 늘 억울했다. 온갖 부정적인 언어의 샤워를 맞으며 자존감이 바닥이 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에 처음으로 자살을 결심했다. 내가 느끼던 아픔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어머니가 느꼈으면 하는 복수심에서.

그래서 빨간 모나미볼펜으로 내가 죽으면 속이 시원하시겠지요, 라며 어머니가 아파할 말만을 골라 빼곡히 유언장을 채워나가며 죽은 나를 껴안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상상하고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냉정히 생각해 보니, 내가 죽어 아픔과 죄책감을 느끼려면 어머니가 나를 사랑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복수가 아닌가. 상대가 나를 사랑해야만 가능한 복수를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하려고 하고 있구나, 를 깨닫는 순간 나는 죽겠다는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어머니를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 다른 방법의 아이디어가 바로 그 당시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아동용 ‘리어왕’속의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관계에서 나왔던 것이다. 미사여구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쫒겨난 코델리아가 전 재산을 물려준 언니들의 구박속에서 버려진 리어왕을 만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리어왕이 피눈물을 흘리며 지난 날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게 만드는 멋진 장면. 그런 장면을 내가 꼭 만들어 내리라. 그래서 나를 잘못 판단한 어머니를 후회하게 만들리라.

코델리아가 되고 말겠다는 나의 강력한 결심은 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내게 만들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지라 결혼13년만에 이혼하고 직장생활을 위해 아들을 맡기려고 어머니와 살림을 합치게 되었을 때의 열패감이란. 그래서 인생은 함부로 장담하는 것이 아닌가부다.

아무튼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이제 22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 어머니는 90,나는 60이 되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피부에 와 닿는 세월을 살아 내면서 어머니도 많이 바뀌었고 나도 변했으며 상황도 변했다.

처음에는 내 필요에 의해 어머니 집에 얹혀 사는 신세였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외부활동을 전혀 못하시는 어머니를 내 집에 모시고 살고 있다. 함께 사는 20년 동안 이렇게 관계가 변하면서 어머니는 많은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에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던 같다. 평생 자신은 남에게 미안한 짓 안하고 살았다며, 그것을 자신의 인생 훈장으로 생각하시던 자존심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던 어머니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내가 널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시고 사과하셨다.

늘 내게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어머니가 인정하시는데 60년이 걸렸지만, 이로써 코델리아가 되겠다는 어릴 적 나의 소망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인가 보다.

                                                                                                            2021.3월 [월간 방송작가]에  개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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